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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하고 있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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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짜리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난감한 상황이 있습니다. 점심을 먹기위해 잠시 외식을 하고 왔습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퀵보드를 타겠다는 아들을 말리지 못해 놀이터에 가려고 합니다. 놀이터까지는 50m 될까요…? 가깝습니다. 얼른 놀고 빨리 씻겨서 낮잠을 재워야겠습니다. 근데 놀이터로 몇 발자국 가다가 다시 집으로 가겠답니다. 타요를 가지고 가야 한답니다. 손에는 이미 다른 자동차가 있습니다. 저는 피곤하기도 하고, 아이 손에 다른 자동차가 있고 빨리 놀고 집에 들어가야 된다는 생각에 그냥 가자고 하면서 먼저 갔습니다. 알아서 따라 오라구요. 아이는 바닥에 누워버립니다. 대성통곡을 합니다. 온 동네가 떠나갑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말씀을 나누시던 할머니들은 구경 났습니다. 다들 뭐라뭐라 하시는데 저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 중 한 할머니가 큰 소리로 외치십니다.
“아이 신경쓰지 말고 계속 가요!”
무슨 상황이신지는 파악을 못하셨지만 아이 말을 들어주면 버릇 나빠진다고 그렇게 외치신 것 같습니다. 저는 피식 웃었습니다. 그 말씀 안하셔도 그럴 생각이었거든요. 저는 뒤도 안돌아보고 코너를 돌아 놀이터로 향합니다. 아이는 다시 전속력으로 온 동네가 떠나가라 울면서 따라옵니다.
“타요. 가져가”, “아빠 이쪽!”
 
코너를 도니 한 할아버지가 놀이터 쪽 벤치에 앉아계십니다.
“아이구, 아빠가 아이한테 져 줘야지…쯧쯧”
 
아이는 놀이터에 와서도 대성통곡을 합니다. 좋아하는 미끄럼틀에도 안 올라갑니다. 계속 “타요”를 외칩니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와야 하나 봅니다. 저는 집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아이가 따라오던 말던 집으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할머니들 말씀이 듣기 싫어 다른 길로 갑니다. 아이는 할머니쪽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다시 울고 불고 난리가 납니다. 결국 아이는 제가 가는 방향으로 왔습니다. 결국 집으로 올라가서 타요를 챙깁니다. 다시 놀이터로 갑니다. 할머니들 소리가 들립니다. 수근수근 소리가 들립니다.
“아까 걔여~.”
”이제 기분 좀 풀렸냐?”
“아이고 그 녀석 우렁차네”
저는 일부러 그쪽에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결국 놀이터에 아들과 도착했습니다. 미끄럼틀에서 타요와 다른 자동차를 몇 번 굴려봅니다. 그러곤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타요는 제 주머니에 들어갔습니다.
 

 
어릴 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시골 학교 담장과 밭 사이 길다란 길로 혼자 걷고 있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멀리서 와서 저와 마주쳤습니다. 저는 일부러 그 고양이를 막아보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렇게 고양이를 막으면 돌아서 밭으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오던 길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저를 이리저리 피하더니 무서운 속도로 담에 몸을 스치며 담과 제 다리사이로 도망치듯 빠져나가면서 가던 길을 갔습니다. 어린 마음에 저는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내가 작지만 사람인데, 그래도 내가 무서웠을텐데 무슨 볼 일이 있길래 이 길을 갔어야 했었나 그렇게 중요한 일이 있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놀이터에서 노는데 ‘타요’가 정말 중요했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저를 뚫고 얼른 먹이를 먹으러 가야하는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타요’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그 고양이도 먹이 때문에 그렇게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현재의 제 모습은 어떤가요? 전 무엇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중요하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도 제 3자가 봤을 때 혹은 미래의 제가 봤을 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요?
꼭 필요한 곳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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