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혼상제[冠婚喪祭]라는 말은 요즘에 잘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거쳐 가야할 단계가 있고 그것을 지켜 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안쓰럽기도 합니다.
돌지나 거의 두 돌이 될 때까지 아이는 젖병을 떼지 못했습니다. 자기 전에는 우유를 달라고 하고 젖병을 물어야 잠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엄마는 몇 번씩 반복해서 이야기했습니다.
"OO야, 이제 OO이가 컸으니 우유 그만 먹자. 이제 우유도 없어. 여기 냉장고에 있는 우유만 먹고 이제 그만 먹는 거야~"
"으응... 우유 머그꺼야, 이잉~"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나 말했습니다.
"이제 우유 그만 먹는 거야. 자 엄마가 가위 가져왔어. 이제 젖병에 물리는 꼭지 자르는 거야." 엄
마는 이렇게 말하고 젖병에 물리는 꼭지 하나를 젖병소독기에서 꺼내 잘랐습니다. 그리고 비닐봉지를 가져와 젖병들을 다 담아서 아이가 보지 못하게 냉장고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이제 젖병 다 없어졌어."
아이는 젖병소독기를 열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엄마의 실수로 남겨진 젖병 하나를 만지작 거렸습니다.
"자 이제 맘마먹자."
엄마는 맘마를 준비하고 말했습니다. 젖병소독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이는 이내 체념한듯 밥상앞에 앉아서 된장국에 말아진 밥을 먹습니다.
그 다음날도 아이는 젖병소독기를 열어보았습니다. 어제 엄마가 실수로 남긴 젖병이 아직도 있었습니다. 젖병에 물릴 꼭지는 하나도 없습니다. 2-3분 정도 젖병소독기를 열어서 뚫어져라 쳐다보던 아이는 젖병소독기 문을 닫았습니다. 아이는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로 아직까지 우유를 먹지 않습니다. 우유팩에 빨대를 꽂은 흰우유는 절대먹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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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아이는 어느덧 자라서 30개월이 되었습니다.
이미 어린이집 다니는 친구도 있는데... 내년이면 우리 아이도 어린이집 가야하는데 아직 기저귀를 차고 다닙니다. 변기에 앉혀 볼라치면 싫다고 난리가 납니다. 팬티를 입힐라치면 "도망가야지!" 하면서 좁은 집을 잘도 돌아다닙니다.
엄마는 며칠전부터 말했습니다.
"기저귀통에 있는 기저귀를 다쓰면 더이상 기저귀가 없으니까 이제 팬티입자. 이제 변기에 쉬야랑 응가해야돼~응가마렵고 쉬마려우면 '엄마 쉬마려워요. 응가마려워요.' 이야기해~"
"으응... 기저귀할래, 이잉~"
드디어 오늘 기저귀통에 있는 마지막 기저귀를 썼습니다. (물론 여분의 기저귀가 베란다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목욕을 마치고 나온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어, 기저귀가 없네. 이제 팬티 입어야겠다."
아이는 기저귀통을 보고 잠시 체념한듯 말했습니다.
"기저귀가 없으니까..."
저는 말없이 아이에게 팬티를 입혔습니다.
"이거 싫어..."
그렇게 말하더니 이내 받아들이고 내복까지 입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서로 눈빛을 교환합니다. 뭔가 짠합니다.
"우리 이제 치카하자." 저는 아이를 화장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치카치카를 하던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쉬야를 했나봅니다.
"오줌쌌어... 이잉... 젖었어."
"응 괜찮아. 갈아입자. 아빠가 기저귀 만들어 올게"
작은 방에서 기저귀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우와 기저귀 만들었다."
아이는 그걸 믿는 지 너무 기뻐합니다.
"일단 기저귀 차고 자자~"
"응~"
아이는 그렇게 새근새근 잠이 들었습니다.
아직 아이에게는 쉬마렵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오줌을 참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밤에 일을 하고 새벽에 들어오니 기저귀통이 다시 기저귀로 차 있습니다.
기저귀 떼는 것에 아이가 스트레스 받아 하는 것을 보니 아내도 많이 짠했나 봅니다.
이렇게 아이는 커갑니다.
저희는 이렇게 부모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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