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지하철역 근처의 빌딩을 청소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거리를 열심히 청소하시는아저씨들, 택배 물건을 돌리느라 뛰시는 분들… 늦은 시간 음식점에서 일하시다가 잠깐 화장실 가시는 아주머니들… 아침해가 깜깜한 밤을 파랗게 물들이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도 한 명씩 한 명씩 생긴다.
새벽 5시정도에는 늘 망원역에 가까운 빌딩 건물청소를 한다. 그 시간에는 망원역쪽에서 “O~~~여~”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내가 있는 빌딩쪽으로 오면서 커졌다가 합정역쪽으로 사라진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몰랐지만 그 소리를 집중해서 들으면서 “주~~~~여~~” 라는 소리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매일 그 시간이 되면 그 소리의 주인인 “주여맨”을 은근히 기다리게 되었다.
주여맨 아저씨는 2-3초 정도 “주여”를 크게 외치고 나서 2-3초 쉬고 다시 “주여”를 반복했다. 가끔 소리가 안 들리는 날이면 궁금하기도 했다.
‘오늘은 주여맨 아저씨가 안 오시나…?’
어느 날 빌딩 1층으로 내려오면서 “주~~~여~~~”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그 아저씨의 얼굴이 궁금해서 빌딩 유리문 밖으로 나가 보았다. 상가들의 불빛에 희미하게 그의 얼굴이 보였다. 내 앞 10M 정도에서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마치 늑대가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듯 “주~~~~여~~~~~”를 외쳤다.
“주여”를 외치고 난 후 그의 눈은 호기심 가득한 나의 눈과 마주쳤다. 그는 머쓱한 듯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약간 짧은 머리에 작은 키, 지친 얼굴… 50대 후반이나 60은 되어보이는 평범한 아저씨였다. 나는 내 일을 하는 척 빌딩 안으로 들어왔고, 그렇게 그는 희미한 불빛 사이로 사라졌다.
그 후로는 “주~~~~여~~~”를 들을 수 없었다.
어느 날 폭우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하던 새벽. 그 빌딩 1층에서 한 아저씨를 만났다. 폭우에 잠시 비를 피하느라 들어온 그는 하염없이 유리문 밖의 비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빌딩 바닥을 닦으면서 아저씨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잠시 멀리서 지켜 보았다. 흰머리가 섞인 긴머리, 땀 냄새 가득히 비에 젖은 회색 티셔츠, 먼지 찌들어 있는 쭈글쭈글한 바지, 빛 바랜 회색 운동화… 그 옆에 음료수가 가득한 비닐 봉지가 놓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일을 빨리 끝내야 했던 나는 일부러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에게 인사하며 현관 유리문을 닦았다. 그는 잠시 나를 내려다 보았다. 무표정의 퀭한 눈에는 인생의 고단함이 한없이 깊었다. 잠시 내 얼굴을 본 그는 말없이 다시 유리문 밖을 쳐다보았다. 비는 계속 내렸다. 난 다시 화장실로 돌아와 걸레를 빨았다. 잠시 후 빗줄기가 조금 약해졌다. 그는 음료수 가득한 비닐봉지를 다시 들고 어디론가 향해 급하게 사라졌다.
그날 새벽 빗줄기는 참 더웠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그날도 빗자루질을 하며 아직 깜깜한 그 현관 유리문을 나왔다. 비가 잠시 그쳤다. 망원역쪽에서 한 여자가 걸어온다. 깡마른 몸에 흰색 나시 티셔츠. 며칠동안 씻었는지 안 씻었는지도 모를 까만 사각 얼굴에 머리는 풀어헤쳤다. 북한의 아오지에서 나온 사람이 대한민국 새벽거리를 걷는 느낌이었다. 뭔가 또 이상했다. 티셔츠를 치마대신 허리춤에 감고 서둘러 걸어간다. 난 아무리 일에 바빴지만 평범한 상황이 아니라 눈길이 갔다. 가까이 오던 그 여자는 나와 눈이 마주쳐 잠시 흠칫하더니 서둘러 발길을 재촉한다. 나도 다시 일하는 척 하며 청소도구를 챙겼다. 어디를 급히 가는지 그 여자는 재빨리 합정역쪽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비는 다시 억수같이 쏱아졌다.
‘주여맨’은 왜 그 뒤로 한번도 나타나지 않을까.
왜 그 긴머리 아저씨는 왜 음료수가득한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을까.
그 여자는 왜 속옷 바람으로, 또 어디로 갔을까?
그들의 눈은 어떤 삶의 고단함을 말하고 있었을까?
각각 무슨 사연이 있을까?
#마포청소 #강서구청소 #마곡청소 #사무실청소 #학원청소 #영등포청소 #정기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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