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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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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책표지

 

참을 수 없는 어색함, 소설 속의 대화

일을 하다 보면 지루하니 뭐라도 듣고 싶어 집니다. 팟캐스트를 듣다가 다른 들을 거리가 없나 찾던 중에 밀리의 서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디오북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밀리의 서재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에서 밀려나지 않았다는 불편한 편의점을 듣게 되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소설이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던 저는 어릴 때 소설을 많이 읽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런저런 해외 문학 소설을 읽었지만 조금 머리가 커지고 나서는 번역 투의 소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경상도 사나이었던 저에게 서울말도 어색했지만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로 말하는 등장인물들의 말들이 더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외국 소설이니까... 뭐 이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며 우리 나라의 문학가들도 수많은 소설을 남겼으나 그들이 남긴 소설 속의 등장인물도 그 시대에 맞게 말하다 보니 너무 어색했습니다.  

'그래 그 시대에는 그렇게 말했겠지...'

하지만 소설 특유의 문체, 즉 실생활에서 쓰지 않는 표현들이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나오게 되면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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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그런데 불편한 편의점을 밀리의 서재 앱을 통해 듣는데 많이 어색하지 않아서 놀랬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에는 문학적 특유의 표현이 거의 없었고 자연스레 귀에 들어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소설가 김호연은 영화대본을 쓰던 작가였고 그러다 보니 실생활과 밀접한 표현들을 소설에 잘 담아낸 것 같네요.

불편한 편의점을 들으면서 우리네 평범한 삶을 너무도 잘 관찰했고 잘 그려냈다고 느꼈습니다. 

서울역에서 지내는 평범한 노숙자 독고씨,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었던 염영숙여사(실제 작가의 어머니를 모델로 했다지요), 염여사의 막 나가는 아들-독고를 꼭 해고시키려는 민식, 엄마의 재산을 가지고 싶은 딸과 사위. 진상 손님으로 힘들어하는 편의점 알바 시현. 남편과 아들 때문에 늘 미칠 것 같은 오선숙 여사. 병원에 의료기 영업을 하는, 술이 없이 못 사는 경만. 이번에 성공 못하면 작가를 그만두어야 하는 인경. 나이가 많아 은퇴를 앞둔 실력 없는 흥신소 곽. 

청파동의 한 편의점에서 이 모든 등장인물들이 서로 얽히고 얽히면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전혀 도움이 안되고 오히려 민폐만 될 것 같던 독고 아저씨는 이상하게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도움을 줍니다. 작가는 독고 아저씨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독고 아저씨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삶의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 않나요? 독고 아저씨는 한 사람 한 사람 진정으로 대하며 그들의 아픔을 들어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통해 그들의 문제를 풀어줍니다. 이 이야기가 감동이 되는 이유는 우리 모두 그런, 진심 어린 마음으로 대하는 독고아저씨 같은 친구가 그립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끝나가고 있지만 아직 고통받고 있는 요즘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소설을 들으면서 우리는 모두 대단한 사람, 즉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사람 정도에게는 진심어린 친구가 되어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님들이 찾는 물건을 다 구비하지 못하고, 친절하지 못해 '불편한 편의점'이었지만 나중에는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풀고 고민을 해결하는 따뜻한 편의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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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호연

김호연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운 좋게 영화사에 취직했습니다. 당시 신인 작가를 월급 주고 모집할 정도로 한국 영화가 호황이었습니다. 거기서 선배들 따라 막내 작가로 ‘이중간첩’ 작품에 참여했는데, 기대만큼 안 돼서 1년 하고 나왔습니다. 그러고 혼자 1년 동안 3편을 써서 20군데 영화사에 보냈는데, 다 거절당해서 출판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나와 시나리오를 쓰는데 한국 영화계가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소설을 써야겠다 해서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습니다.

그는 “계속 안 되고 돈이 없으니 헌책방에 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대필 작가도 하고 편집 아르바이트도 하고 무명 작가 생활을 근근이 했다”며 “그러다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했다고 합니다. 우수상은 상금이 없었는데, 대신 출간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대상이 1억이라 상금 때문에 상을 안 받고 내년에 다시 낼까 고민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계문학상 심사위원들의 지지 속에 우수상으로 선정됐다고 전화가 왔고, 지인들이랑 형이 상 받으라고 했답니다. 아쉬워하며 우수상을 수락했는데, 베스트셀러도 되고, 영화 판권도 비싸게 팔리고, 4만 부 판매돼서 1억 넘게 벌었다고 합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유명한 ENA 채널에서 드라마화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역시 연극이든 영화로든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라마가 나오면 팬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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